오늘 퇴근하면서 후배의 커리어 고민 이야기를 듣고
SI 업계에 계속 남아있을 생각이면 개발자보다는 컨설턴트, 아키텍트를 하라고 추천해 주었다.
이전에 입사를 추천해준 후배와 지인들이 회사 생활에 불만족하고 있다는 것을 건너건너 들어서,
요새는 추천도 안하고 있고, 나도 최근에 크게 실망한일이 있다보니 일과 관련된 게시물을 되도록이면 안쓰려 했으나.
SI 업계 생존 가이드로서 하나 글을 남겨두면 괜찮을것 같아서 여기에 정리해둔다.
1. SI 개발자가 노답인 이유 - 경제적 원리
대한민국의 SI 바닥은 공사판이랑 비슷하게 정해진 시공 일자에 정해진 예산에 맞게 정해진 스펙에 맞게 SW 제품을 내놓는 일을 한다.
하지만 땅값과 재료값이 많이 들어가는 토목공사와 다르게 SI 판은 대부분의 예산이 인건비로 소요된다.
즉, 프로젝트 규모 및 비용 = 인건비이고 계약 금액의 마진률이 비슷하다면,
사람을 쥐어짜내야(적은 인원 짧은 시간)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SW 인건비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의해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
이보다 많이 받는 분들도 많이 봤으나,
대충 회사에서 "과장"급 이상 대우라 보면 된다.
https://www.sw.or.kr/site/sw/ex/board/List.do?cbIdx=304
아키텍트, 컨설턴트의 평균 단가가
응용SW개발자(풀스택/백엔드) 및 UI/UX 개발자(프론트엔드 개발자)보다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 같은 인원이라면 아키텍트로 육성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고
- 회사에 더 가치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SI 개발자가 노답인 이유 - 기술이 핵심이 아닌 "응용"이 핵심
대충 응용(application)이라 하면, 컴퓨터의 원래 역할인 계산이 아닌 비즈니스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말 그대로 비즈니스 로직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는 소위 코드몽키라 하는 글을 코드로 번역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된다.
이를 싸고 빠르게 돌아가게끔만(적당히)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에,
고품질, 하이퀄리티, 고성능, 소프트웨어공학적 같은 키워드는 SI 기업의 목표가 아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점은, 솔직히 말하자면 비즈니스 로직을 코드로 바꾸는 일은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
이전에 다른일 하다가 개발자로 전향한 케이스가 매우 많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개발자"라는 직업이 고점이 높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저점도 굉장히 낮은 편이며,
이 낮은 저점 언저리 수준의 프로그래머를 대한민국 IT 산업에서 꽤 큰 포션을 차지하고 있는 SI 업계가 수용하고 있다.
이런곳에서의 개발은 A양식의 엑셀파일을 B양식의 엑셀파일로 변경하는 수준의 하찮은 일일 뿐이다.
그나마 아키텍트, PM은 "기능"이 아닌 비기능적 요구사항(성능, 기획)등을 주제로 하며, 이런 것들은 프로젝트 마다 크게 변하지 않고,
이전의 업무경험을 살려 다음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기에 성장하는 맛이 있다.
A엑셀에 있는 데이터를 B엑셀로 바꾸는 일은, 회사마다 엑셀 양식이 천차만별이며, 데이터 복붙해서 옮기는 일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다.
즉 저수준 저숙련 업무이다.
같이 일하는 프리랜서 한 분이 계신데, 이 분은 공공기관에서 팀장하시다가 네이버에서 프리랜서 개발자 역할을 경험하셨다.
20대에 용인에 아파트를 자가로 구매하신 굉장히 현명하신 분이고, 30대 중반에 개발팀장 역할도 하신 분인데,
네이버에서 근무하는 첫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하셨다.
람다, JPA, 인텔리제이 등... 10년간 회사에서 먹은 짬밥이 하나도 쓸모없게 느껴졌다고 하시더라.
SI의 개발은 서비스, 컨트롤러, DAO, XML 채워넣는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본인도 자아실현,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삶, 일을 통한 성장 등을 꿈꿨지만 생각보다 이세상엔 암초가 너무 많다.
사실 그 동안 너무 먼 길을 돌아왔지 싶다.
커리어를 갖고 도박을 하지는 말자.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고 이상한 사람도 많다.
우리는 이미 사교육을 통해 "가성비"라는 것의 힘을 경험하였다.
아무리 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해봤자 현우진 강의 들은 친구 못이긴다.
커리어도 가성비있게 다지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남는 시간을 소중하게 사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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